대학 병원과 개원의 생활 40여 년 동안 정신병 상담 치료에 매달리면서 저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 치료나 일상생활에 대한 간단한 상담을 하는 진료가 아닌 마음의 문제,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 그리고 가족 구조와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 등을 다루는 심층적 상담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절망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위중한 환자의 경우 매주 3회 이상 집중적인 상담을 해서 다 나은 듯하였다가 며칠 후에 갑자기 악화됐을 때는 정신분석 상담 치료에 대한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하였고, 좌절감과 무기력함에 눈물이 난 경우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환자와 그 가족과 함께 그 어려운 과정을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등정하는 심정으로 임하는 순간에는 육체의 피곤함이나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했으며 단지 영혼을 치유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의무만이 있었습니다. 꽉 막힌 콘크리트 벽과 같은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스러운 이야기와 상황을 정면으로 투쟁하여 뚫고나가, 마침내 빙산이 녹듯이 그 높아 보였던 벽이 허물어질 때의 기적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할 때는 너무나도 벅찬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러한 치유 과정에서 중간 중간 어려운 일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회나 회피가 아닌 정면 돌파로 그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정신병을 정면 돌파하여 약물 도움 없이 청소년 환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 현실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남들처럼 정상적인 사랑을 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저의 성공의 이면에는 정신병도 나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그리고 원래 정신병은 없으며 단지 성격과 가치관의 장애일 뿐이라는 의사로서의 가치 판단과 철학이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성격과 가치관의 치유를 통하여 정신병의 완전한 치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수많은 임상 증거를 바탕으로 저는 오늘도 그런 치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약 저 약 써보고도 완치가 안 되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환우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는 가족 구조와 주변 환경의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성의 총체적 현상이기에 더욱이 제대로 다루어, 누적된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약으로만 치료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덮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우들이 이 책을 통하여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처 방안을 얻고 실천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첫째, 현재 겪고 있는 정신 질환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

 둘째, 약물 치료만이 아닌 성격과 가치관 치유를 통하여 온전한 근원적 치료를 추구한다는 것

 셋째,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쓰지 않고도 사회 적응을 도와 현실에서 일과 사랑을 모두 이루게 할 수 있다는 것 

을 약속드립니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 묵 희